지난 10월30일 노무현 씨는 “내년 초부터 취임 3년을 맞는 2월25일 사이에 지난 임기에 대한 평가와 남은 임기 2년간의 국정계획, 나의 진로 등에 대해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나도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지만 그 말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내 진로”가 아니라 “내 진퇴”라면 말이 되겠지만, 아니 대통령자리에 오른지가 벌써 몇 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진로가 분명치 않다면 국민들은 도대체 어딜 향해 가야 옳다는 말인가. 자유민주주의로 갈 것인가 아니면 적화통일로 갈 것인가 - 그 문제가 아직도 분명치 않기 때문에 내년에 가서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를 국민에게 밝혀 주겠다는 것인가.
만일 큰 배의 선장되는 사람이 그 배의 갈 길을 잃고 있다면 그 배에 탄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그런 상황을 놓고 “갈팡질팡”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이 어려운 때에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결속하고 미국과 일본은 매사에 결탁해 나가는데 우리만 외톨이가 되어 동북아의 귀신이 되겠다는 것인가. 표류에 표류를 거듭한 참여정부가 이제 와서 “진로” 운운하는 것은 웃기는 이야기이다. 하루 빨리 노무현 씨는 진퇴를 결정하여주기 바란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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