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설] 온 가족이 미국 혜택 누리며 "미국은 원수"라?
입력 : 2005.10.04 19:48 35' / 수정 : 2005.10.04 21:58 31'
“한국의 主敵주적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 “6·25 전쟁 희생자 입장에서 미국은 생명을 앗아간 원수”라는 입장을 밝혀 온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장남이 최근 미국의 법률회사(로펌)에 취업했으며, 차남은 주한미군 배속 한국 군인(카투사)으로 군 복무를 마친 것으로 밝혀졌다. 강 교수는 먼저 유학 길에 오른 부인을 좇아 미국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1995년 교수 안식년 역시 미국에서 보냈다.
강 교수만큼 분명한 목소리로 ‘미국의 개입 때문에 대한민국 현대사가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다’는 주장을 해온 사람도 드물다. 대부분의 국민이 ‘미국만 아니었다면 한반도가 공산주의 체제 아래 통일됐을 것이고 그랬어야 한다’는 게 강 교수 입장으로 받아들이게 됐을 정도다. 한국 현대사가 강 교수의 희망대로 혹은 신념대로 전개됐다면 강 교수는 모스크바대나 김일성대에서 학문의 길을 걷지 않았겠는가 하고 짐작할 만하다. 그런데 강 교수와 그 가족들이 모두 미국에서 공부했거나, 미국에서 돈 많이 버는 직업을 택했거나, ‘통일을 가로막은’ 주한미군에 기대 남보다 편한 군대 생활을 했다니 보통사람들로선 이게 도시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시 논란이 된 정연주 KBS 사장의 두 아들이 미국 국적을 선택해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일도 마찬가지다. 정 사장은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손자의 미국 국적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었고, KBS 사장이 된 후에는 反美반미적 프로그램을 통해 反美반미 자주 사상을 확산시켜 왔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아 왔다. 부친이 독립운동가를 잡는 만주 特務특무 출신이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으면서도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다른 정치인 부친의 친일 경력을 공격하는 것을 발판 삼아 국회 정무위원장까지 됐다는 ‘한국판 신데렐라’ 이야기도 이 나라에서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말과 행동이 따로 놀고, 나에게는 봄바람 같고 남에게는 서릿발 같은 이중 기준을 가진 사람들이 이 정권 곳곳에서 큰소리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정말 이게 어찌된 세상인가 하는 가치의 혼란과 가치의 붕괴를 겪고 있는 요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