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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의 꿈

연정의 꿈

2005.09.02

“연정”하면 혹시 애틋한 사랑의 심정이라는 의미로 잘못 오해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새 유행어처럼 나도는 “연정”은 여당과 야당이 합쳐가지고 새로운 정치의 미래를 개척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여당의 우두머리인 대통령과 야당의 대표가 머지않은 장래에 회동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바둑판을 놓고 마주 앉은 사람들을 연상하면서 그래도 단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여당 기사의 수순을 한 번 짐작해 본다. 여야가 연합된 정부를 만들고 정치 개혁을 단행하자는 측에서 헌법에 정해져 있는 대통령 자리를 임기 전에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하면서 우선 야당에서 내각을 구성토록 하자고 제의 할 것이니 국무총리와 각료들이 야당 출신이 될 가능성은 있다. 그리하여 17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만한 사람들이 정부 요직에 포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세력이 만만치 않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야당에서 누가 나와 총리가 되건 장관이 되건 국회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내각을 흔들게 될 것이고 아무리 양심적이고 유능한 인사가 총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리를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늘 야당인 한나라당의 인기는 땅에 떨어질 것이고 결국은 17대 대통령을 결코 만들지는 못 할 것이다. 그 정도의 수순은 바둑의 문외한인 나도 읽을 수 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