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김정은이 미국 대통령 앞에서 사기 치면 후세인 꼴이 될 것”



차기 백악관 안보보좌관 1순위로 계속 손꼽히고 있는 존 볼턴(John Bolton) 전 유엔대사가 김정은에게 미국 대통령 앞에서 사기를 치면 후세인 꼴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지난 3월 10일(현지시각), 폭스뉴스(Fox News)의 ‘저널 에디토리얼 리포트(Journal Editorial report)’ 코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무슨 일이 있을 것인가(What to expect from Trump's meeting with Kim Jong Un)' 주제 대담에 출연한 존 볼턴 전 유엔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정상회담 수락과는 별개로 북한에 군사옵션은 여전히 살아있다면서 강경한 주장을 쏟아냈다.

존 볼턴은 일전에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선제북폭의 법적, 도덕적 정당을 설파하기도 하는 등, 미국 조야에서 북한과의 전쟁 여론을 지속적으로 주도해오고 있다. (관련기사 : 월스트리트저널(WSJ), “선제북폭은 법적, 도덕적으로도 정당”)

김정은으로부터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하면 그냥 회담장을 박차고 나와야

존 볼턴은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적인 미-북 정상회담 수락의 의미가 무엇인지 과거 북한의 협상 전술 교범을 뒤적거리고 있을 것이다(Throwing North Korea’s playbook Disarray, Where is the tab which explains if trumps accepts the meeting?)”라며 신랄한 분석을 내놨다. 

존 볼턴은 대북강경파답게 북한이 비핵화 회담을 제안한 배경을 단지 시간 벌기 전술로 봤다. 존 볼턴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대북제재압박의 효과라기보다는 북핵 개발이 임박한 북한의 시간 벌기 차원”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압박에 이은) 군사적 조치가 임박했음을 강조함으로써, 김정은을 회담장으로 이끄는데 성공했다”고 진단했다. 

또, 존 볼턴은 “회담을 위한 실무 접촉은,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접근의 시작이 아니라 비핵화의 결론인 포괄적 합의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면서 “곧바로 3월말에 회담을 열어서 북한의 핵 해체 시설을 선적할 항구와 이동 경로를 직접적이면서 구체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서 존 볼턴은 북한이 북핵 폐기를 받아들인다면 이것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도 설명했다. 미국 테네시 주 오크리지(Tennessee Oak Ridge)에 위치한 Y-12 안보단지 창고에 미국이 과거에 폐기한 리비아 핵 시설물들과 함께 보관한다는 것.

존 볼턴은 “북한이 회담을 빌미로 시간 지연을 하려는 술책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으로부터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하면 그냥 회담장을 박차고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존 볼턴은 북한 정권이 근본적으로 인류 최악의 '사기꾼(ConMan)'이라면서 미북정상회담 장소도 한군데 추천했다. 바로 과거 1차 걸프 전쟁 직전에 마지막 평화 회담 장소였던 스위스 제네바(Geneva)다.

존 볼턴은 “김정은은 당시에 제임스 베이커(James Baker) 미국 국무부 장관과 이라크 외무장관의 마지막 담판이 결렬된 후, 이라크 정권이 어떠한 처참한 결과를 맞았는지 떠올리며 그 회담장을 둘러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존 볼턴은 분명하게 경고했다. “미국 대통령 앞에서 사기를 치면 후세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미국은 전쟁의 각오가 되어 있는데, 한국은 과연?

존 볼턴의 논평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미국은 미북정상회담 정국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경계의 끈을 전혀 놓치 않고 있는 분위기다. 세계경찰로서 전쟁을 일상처럼 수행해왔고, 특히 걸프전, 이라크전의 경험이 있어서일 것이다.

얼마 전에는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의장인 에드 로이스(Ed Royce, 공화당·캘리포니아)도 보도자료 성명을 통해 미북정상회담을 환영하면서도 대북제재압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에드 로이스 의장은 “북한 정권이 반복해서 대화와 허망한 약속을 통해 양보를 얻어내고 시간을 벌어왔음을 기억해야 한다(Remember, North Korean regimes have repeatedly used talks and empty promises to extract concessions and buy time)”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은 반드시 지속적인 제재와 압박의 공동 보조를 맞춰야 한다(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must stand shoulder-to-shoulder in applying the sustained pressure needed to peacefully end this threat)”고 강조했다.

에드 로이스 의장이 표현한 '공동보조(shoulder-to-shoulder)'는 한편으로는 미국 조야에서 날로 반미종북으로 인식되고 있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미국의 공식 경고처럼 읽히기도 한다.(관련기사 : 고든 창,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의 종북 행보 막기 위해 북한과 대화”)

한편, 이번 정의용 대북 특사단의 트럼프 대통령 면담 현장에는 당시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이었던 지나 하스펠(Gina Haspel)이 동석했음이 눈에 띄었다.

CIA의 비밀공작(covert action)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그녀는 테러와의 전쟁 당시,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만 따로 감금하는 ‘비밀 수용소(Black Site)’를 운용하면서 ‘고강도 취조(Enhanced integration)’인 ‘물고문(water-boarding)’도 불사한 인사다.

강경파인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출신인 마이크 폼페오(Mike Pompeo)를 신임 국무부 장관으로 임명함과 동시에, 30년간 비밀 공작을 벌여온 베타랑 요원까지 국장으로 내부 승진시킨 배경을 읽으면, 미북정상회담이 틀어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정권 처리 방식이 무엇이 될 것인지 대략 감이 잡힌다.

어쨌든 당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적인 미북정상회담 수락에 세계가 발칵 뒤집힌 상황이다. 외신들도 정파를 초월해 “다중 고차원의 체스 경기(multi-dimensional chess)” 혹은 “高 위험 高배당 도박(High stake gamble)”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혼란은 전통적인 방식의 렌즈로는 북핵 해법 전개 과정이 사실상 가시거리 제로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이에 미국의 강경파들은 좌우간 최악에 최악의 상황을 전제해서 전의(戰意)를 더더욱 강하게 다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한국의 자유통일 애국시민들도 침착하게 복잡미묘한 북핵 문제의 맥락을 하나 하나 분석해나가야 한다. 그렇게 모든 경우의 수를 반영한 여러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 불확실한 미래를 짚어나가되, 우리 역시 미국처럼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하는 지혜는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다소 부드러운 방식이건, 많이 거친 방식이건 어쨌든 북한에도 한국에도 '진실의 순간'은 반드시 도래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