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자 중앙일보에는 나경원 46%, 박원순 42%라는 숫자가보도됐다. * 중앙일보가 직접 서울시민 16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1일자 조선일보는 나경원 41.4%, 박원순 43.5%라고 보도했다. * 미디어리서치 조사.
나는 전자를 믿는다. 그 이유는…… 여론조사 결과 자체가 새로운 여론을 유도(誘導), 조성(造成)하는 원인적 기능도 하게 마련이니까. 또, 민간 여론 조사업체 중에는 가끔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를 책상 위에서 만들고 돈만 챙기는 저질 회사가 있었음을 나는 1993년 5월에 한 번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권의 집권 초기의 일이다. 초중고교 교사들이 받는 촌지 관련 실태를 조사한 통계결과를 문화부(문화공보부?)가 언론에 보도자료로 제공했었다. 각 신문사의 기자들은 그 보도자료(책자)의 통계를 근거로 엄청나게 터무니없는 촌지봉투 통계숫자들을 인용한 기사를 대서특필(大書特筆)했었다. 당시 현직교사였던 나는 문화부에 전화를 걸어 언론사에 배부된 것과 같은 책자를 문화부로부터 우송받았다.
200여 페이지가 되는 국배판 책자를 자세히 살펴보아하니, 그 내용은 너무나 현실과 거리가 먼, 앞뒤가 이치에 안 맞는 엉터리 통계들로 가득 차있었다.
그래서 서초동에 있는 여론조사 회사[코리아○○○○○]에 찾아갔다. 찾아가기 전에 전화로 조사방법이 ‘전화문답조사’가 아니라 ‘설문지조사’ 방법이었음을 확인했고, 그 설문지를 보관하고 있다는 대답까지 들었기에 그 회사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설문지를 보자고 했다.
열 평도 안 되는 사무실에 책상 세 개, 캐비닛 세 개인 엉성한 사무실 풍경도 신뢰가 안 갔지만, 이 캐비닛 저 캐비닛을 뒤적거리는 체하다가 “설문지가 없어졌네요.”라고 대답하는 바람에 더욱 실망했다. 책상 위에서 설문결과를 조작한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책상 위에서 만들어낸 통계군요.”하고 말했더니 중견 간부쯤 되어 보이는 한 사나이는 씩 웃었다.
요즘은 어떨는지…….
여론조사회사들 경쟁이 심하여 요즘은 많이 개선됐겠지만, 최고경영자의 사상이 좌파라면 우파에 불리한 가짜 통계를 지금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고 나는 조심스레 추정해 본다.
요즘은 믿어도 좋을 것 같기도 하고…….
111021 솔연(率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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