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복사

부자 때리기로는 이룰 것이 없다

중학교반바지 2011. 7. 23. 21:44
2011년07월22일 22시42분
글자크기기사내용 이메일보내기뉴스프린트하기뉴스스크랩하기
부자 때리기로는 이룰 것이 없다
(김한응칼럼) 한나라당의 좌클릭 행태, 도 넘었다

요즘 시끄럽게 제기되고 있는 무상급식,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그리고 법인세인하 철회 등의 주장이 국내정치 분위기를 좌로 기울게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한나라당에서 ‘재벌’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단어가 ‘착취’라고 말하는 사람을 당 대표로 뽑고, ‘좌클릭’이 시대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임명하는 지경에 이르게까지 이르게 하고 말았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을 잘 살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국민 속에 서민이 포함되어 있음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서민을 위하는 것과 국민을 위하는 것은 서로 다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서민만을 강조하는 것인지,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좀체 납득이 되지 않는다.

서민(庶民)만을 위한다든가, 서민을 제일 위한다는 것은 국민을 위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서민만을 위한다면 이는 공산주의에 근접하는 것이고, 서민을 제일 위한다면 이것은 국민을 둘로 나누어 한쪽을 우대하려는 것이므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우리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다.

서양의 근대정치사를 보면, 나라가 잘 살 때(good times)에는 분배 문제가 국민들의 중심적 관심거리였고, 나라가 어려움에 처해있으면 성장 문제가 국민의 관심을 더욱 끌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그리스(그리고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를 포함시켜 놓고 보면,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아니라, 나라가 잘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때에도 권력을 잡고 싶은 정치인, 권력을 연장하고 싶은 정치인들은 분배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국민들을 현혹시킨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분배 문제가 한나라당 대표의 입에서까지 나오게 된 배경에는 우리나라가 이제 좀 살만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우리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에 들어있는 것과 요즘 K팝을 필두로 한 소위 ‘한류’가 유럽 쪽에서 힘을 얻고 있는 현상에 도취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제 우리도 좀 살만해졌으니 분배 문제 해결에 더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좀 살만하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가능한지의 여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우선 세계경제가 불확실하다. 일례로 우리의 수출 의존도가 제일 높은 중국경제가 언제 부동산 거품이 꺼져 우리 경제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그런 사건이 3-5년 사이에 일어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는 사실이다.

또 북한이 어떻게 될지를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우리의 부담이 갑자기, 그것도 큰 규모로 늘어날 수밖에 없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어느 정도 해결될 때까지는 우리 형편이 좀 나아졌다고 해도 우리가 잘 산다(good times)고 말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어느 날 갑자기 굶게 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시기를 좋은 시기라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위태로운 상황에서 분배문제에 열을 올리는 것은 권력을 잡으려는 음흉한 의도가 있거나, 아니면 허영에 가득 찬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한가로운 일이다.

이런 현상과 대조되는 것이 요즘의 미국이다. 우리 정부보다는 좌파에 속하는 정당이 정권을 잡고 있음에도 정치인들 사이에서조차 부자 때리기가 별로 인기가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국민들이 부자를 때리는 정치인들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소득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국민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에도 우리 헌법처럼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조항이 있지만, 국민들은 이것이 정부 개입에 의한 인위적 평등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줄 것을 요구하는 조항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생각들이 국민들의 마음 속에 깊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 같은 명연설가도 국민 앞에서의 부자 때리기가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모르기는 해도 미국 국민들은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미국의 독립운동이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이루어졌고, 어렵다고 생각되는 이 시기에 독립운동에 단초를 제공했던 티파티 운동(Tea Party Movement)이 다시 일어난 것도 미 국민들에게 특히 강한 이런 자조(自助)정신에 연유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더 살만하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미래를 내다볼 때 미국보다 더 탄탄하다고 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분배 문제에 힘을 쏟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는가? 며칠 놀면 쌀이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 그 며칠 동안을 잔치로 보내자는 것이 과연 제 정신일까.

영국을 보라. 영국이 지금 쩔쩔 매고 있는 것은 노동당 정부가 런던의 금융 산업에만 의존해서 북유럽 수준의 복지사회를 실현해 보려다가 뜻밖의 금융위기가 발생하여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영국보다 더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해 있음은 위에서 논의한 바와 같다. 무엇보다 지금 그리스, 이태리 등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경제는 일단 하향곡선을 그리면 회복되기가 쉽지 않다.

분배 문제의 중심에 있는 서민 개인의 입장에서 보아도 그렇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자기가 열심히, 능력껏 일한 결과로 자기 자신과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음을 발견했을 때 그가 느끼는 행복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 앞에서 갑자기 정부가 서민과 그 외의 계층으로 양분시켜 놓고 서민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건 공산주의의 전통적 이간(離間)수법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서민과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된 사람들만 힘들게 만들 뿐이다.

요컨대 부자 때리기로는 이룰 것이 없다. 한나라당마저 부자 때리기에 나선다면 우리나라가 북한처럼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요즘 한창 말썽을 부리는 저축은행사태가 언제 우리나라에 금융위기를 불러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지금 한가롭게 복지만 논하는 것이 책임 있는 집권당의 자세라 할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은 각성해야 한다.

김한응(본지 고문/ 자유시민연대 자유경제위원장)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뉴스스크랩하기
기자이름없음
폴리뷰칼럼섹션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