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맨’ 이명박이 서울시장이 되어 그 지저분하기 짝이 없던 청계천 주변을 말끔히 청소하고 1천만 한양인의 숙원이던 청계천 복원의 꿈을 현실로 바꾸었을 때, 이명박은 이 나라의 대통령 감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정치인 이재오나 서예가 진학종 만은 아니었습니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사업에 뛰어난 능력이 있는 이명박, 40대에 이미 대기업 ‘현대’의 회장 자리에 올라앉은 그가 만일 대통령이 된다면 정치인들이 이루지 못한 국토의 통일이라는 큰 꿈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박한 기대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은 그의 취임 초기에 간곡하게 부탁한 두 가지 중에서 한 가지 부탁은 끝까지 외면했고 또 한 가지는 그가 대통령 후보로 있을 때 국민에게 약속했던 것인 만큼 취임하고 한참 뒤에 약속대로 하였습니다.
그가 약속대로 사재 300억을 사회에 환원했을 때 그가 약속한 일이니 장할 것도 없다고 국민은 별로 감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끝까지 외면했던 나의 부탁 한 가지는 당내의 유력자인 박근혜를 국무총리로 영입하고, 비록 대통령 중심제의 헌법이지만 내각책임제를 도입하여, 외교와 국방만 대통령이 맡고 다른 장관의 임명은 전적으로 박근혜에게 일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했더라면 오늘의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명박이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한나라당은 산산조각이 나서 도저히 정당 구실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면 이명박은 정말 한심한 대통령입니다.
취임 후 얼마 뒤에 그는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몇 마디로 요약했습니다. “나는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고 중도실용주의입니다.” 이 한마디로 이명박의 대한민국은 부평초 신세가 되었습니다. 우왕좌왕(右往左往)하는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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