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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기만 하고 사주지 않으면

팔기만 하고 사주지 않으면

김동길

2005.09.10

초,중,고교 급식재료로 우리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써야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 “우선적으로”라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 동안 급식의 체계는 전적으로 국산이었다. 그것은 결국 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지 않겠다는 결정이나 다름이 없는 것인데 이번에 대법원이 “우리농산물만의 급식”은 잘못이라는 판정을 내렸는데 이에 대하여 시민단체, 사회단체, 학부모 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번 대법원 판정에 왜 그렇게 크게 반발하고 있는가. 이들은 모두 우리농산물이 가장 좋다는 일종의 편견과 남의 나라에서 생산되는 일체의 농산물을 거부하는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애국심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말해서 우리 물건은 되도록 많이 내다 팔면서 남의 물건은 절대로 사주지 않겠다고 버티면 다른 나라들의 눈에 우리나라가 무슨 꼴로 비치겠는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쌀 시장 뿐 만 아니라 모든 시장이 개방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시대의 추세라고 한다면 우리만의 고집이 통할 리가 없는 것이 아닌가.

개인과 개인의 약속이 중요한 만큼 나라와 나라의 약속도 중요한 것이다. 물론 우리에게는 우리 농산물이 가장 좋고 각급학교의 급식에도 우리 것만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세상이 그렇게만 굴러갈 수는 없는 것이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잘한 결정이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음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