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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말 바꾸기에서 막말로?

한명숙, 말 바꾸기에서 막말로?

말은 빵 씹는 것보다 더 잘 씹어야 한다

정용석2012.03.20 14:09:30

한명숙 통합민주당 대표가 말 바꾸기로 불신을 받더니 요즘엔 한 걸음 더 나아가 막말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한 대표는 2006-2007년 총리 시절 한미무역자유협정(FTA) 체결과 관련,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양하였다. 그는 한미FTA가 “우리 경제를 세계 일류로 끌어올리는 새 성장 모멘텀이 될 것,” “큰 기회로 다소 진통이 있더라고 가야 할 길” “개방은 우리 경제를 도약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찬양하였다.

그러나 한 대표는 그로부터 5-6년 뒤 민주당 대표가 되더니 말을 바꿨다. 그는 올 2월 초 민주당 전 현직 의원들과 서울의 주한미국대사관으로 몰려가 한미 FTA 재협상이 안 될 경우 "폐기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조차 “폐기“주장은 너무하다는 중론이 일자, ”폐기“에서 ”재협상”으로 물러섰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서도 한 대표는 2007년 “대양해군을 육성하고 남방항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불가피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올 3월 초 민주당 당원들과 함께 제주 해군기지 건설 현장으로 몰려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4.3항쟁의 아픔을 가진 제주도민의 가슴에 또 다른 폭탄을 던졌다.”고 외쳤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불가피하다”며 적극 지지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 이었는데, “제주도민의 가슴에 또 다른 폭탄”을 던진 것이라며 뻔뻔스럽게 말을 바꿨다.

북한의 천안함 공격 없었던 일로 하자?

한 대표는 말 바꾸기로 그치지 않았다. 요즘엔 현실성을 상실한 막말로 인구에 훼자되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5.24 조치 철회를 주도할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5.24 조치는 북한의 천안함 공격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북제제 조치로서 북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한 대표의 5.24 조치 철회 주장은 북한의 천안함 공격을 없었던 일로 하자는 것으로써 북의 군사도발에 무릎 꿇는 결과 밖에 안 된다. 제2, 제3의 천안함 공격을 자초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천안함과 함께 수장된 46명의 풋풋한 젊은 생명들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한 대표가 현실성을 결여한 채 오직 종북의식에 사로 잡혀있음을 드러낸 말로 들린다.

그밖에도 한 대표는 3월 중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에게도 막말로 맞섰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 당내 후보 모바일 경선에서의 돈 봉투 의혹과 자살 사태가 벌어진 것과 관련, “부정선거의 극치”라고 비판하였다. 이 비판과 관련, 한 대표는 “2000만 모바일 시대에 여당 대표가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무식의 극치’라고 반박 하였다. “무식의 극치”란 표현은 야당 대표가 여당 대표에게 뱉어 낼 말이 아니다. 감정적인 개인 인신공격이다. 시정잡배들 사이에서나 주고받을 막말이다.

당 대표가 당의 믿음 스스로 깍아내려

한 대표의 막말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야당의 말 바꾸기를 개탄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과장급 정도의 사고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토해냈다. 한 대표는 “과장급은 잘못된 계획이라도 수정할 권한과 책임이 없지만 지도자는 그러한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자신은 야당 지도자로서 지난날의 말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구이언(一口二言) 할 권한이 있다는 뜻이다.

일구이언 하는 정당 지도자를 신뢰할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민주당에 대한 믿음을 당 대표가 스스로 깎아내리는 막말이 아닐 수 없다. 한 대표에게 러시아 속담 한 대목을 환기시켜 두고 싶다. “말은 빵을 씹는 것보다 더 잘 씹어야 한다.”
정용석 뉴스파인더 논설고문<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