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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투표는 위헌, 정국타개용 술책"

총리투표는 위헌, 정국타개용 술책"

한나라"사실상 국정포기선언, 국정 그렇게버겁냐"
민주"헌법과 법률대로 대통령 책임, 그외엔 다 편법"… 여권은 부인

2005-09-20 12:11:47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대연정 구애’를 퇴짜맞은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 수’로 ‘여당 내에서 국무총리 투표 선출, 전권 이양 후 2선 후퇴’라고 언급했다는 보도에 대해 ´위헌성 시비´가 재연되면서 정치권이 다시 술렁거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20일 “총리 투표는 위헌이며 무책임한 국정포기 행위”라며 맹비난했다.

김형렬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이 대연정에 이어 ‘총리투표’라는 또 다른 유행어를 내놨다”며 “낮은 지지율을 오직 정치적으로 타개하려는 얄팍한 술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번 신조어도 결국 유행에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비꼬았다.

김 부대변인은 “지금은 대통령이 궐위됐거나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도 아니므로 헌법상 대통령 권한을 총리에게 대행시킬 수 없다”며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제 교육 노동 복지 분야가 가장 어려운데 대통령이 이를 총리에게 맡기겠다는 것은 책임회피”라며 “2년 반 동안 자신이 망쳐놓고 이제 와서 총리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일로 다시 한 번 노 대통령이 국정을 감당하기 버거워하고 대통령직에서 도망가고 싶어 하는 심중을 읽게 됐다”며 “사실상 국정포기 선언을 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대통령은 대통령이고 국무총리는 국무총리로, 국무총리가 노 대통령 실정을 대신 책임져 줄 수는 없다”며 “노 대통령은 이제 그 지긋지긋한 권모술수를 전부 포기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권한을 다 발휘해 현재의 총체적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도 “헌법과 법률대로 노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경제를 살리고 외교를 챙겨야 한다”며 “그 외에는 어떤 것이든 편법이고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해외에 나갔다 와서 또 어떤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내놓을지 기대된다”고 비꼬기도 했다.

자민련은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쿠데타적 발상”이라며 “‘제발 좀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추석민심에 귀 기울여 달라”고 일갈했다.

이규양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여권의 주장대로 여당이 뽑은 외부 출신 총리가 중립적 인사들로 내각을 구성한다고 해서 중립 내각이 될 수 없다”며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가 행사토록 하겠다는 것은 국정 포기 행태이며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쿠데타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선거제도 개편을 노린 또 다른 승부수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다시 정가를 뒤흔들어보겠다는 노 대통령의 아집과 독선에 의한 국정도박이 시작되고 있다”며 “늘상 있을 수 있는 내각구성을 두고 중립내각 운운하며 경천동지할 정치적 결단인 양 몰아가려 하지 마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즉각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노 대통령이 출국 전에 여권 중진들을 만날 시간이 없었다”며 “제1당에 총리 지명권을 주겠다는 것은 이전부터 얘기해 오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만수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제1당으로부터 총리 추천을 받아서 분권형 대통령제로 간다는 말은 그전부터 해오던 것”이라며 “출국 전에 여권 중진들을 연쇄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전부터 해온 말인데 다만 대연정 정국과 연결되면서 논리적 비약이 있었던 것일 뿐”이라며 “이전에 말하던 것에서 더 진전된 내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열린당 전병헌 대변인도 이날 국회브리핑을 통해 “노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앞두고 당 일부 중진을 초청해 의도적인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첫 기자회견에서 제1당에 총리지명권을 주겠다고 말한 적은 있으나 ´지역구도 극복을 위해 선거구제에 합의한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었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일보는 20일 노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앞두고 주말에 여권의 대선 후보군을 포함한 중진 일부를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면서 “열린당에서 총리를 투표로 선출해주면 내각 구성의 전권을 넘겨주고 나는 2선으로 물러나 외교·안보 분야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여권 고위 관계자 말을 빌려 “노 대통령의 뜻은 열린당이 반드시 당내 인사를 추천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외부 인사를 추천함으로써 내각이 중립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겠다는데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열린당의 총리후보 추천은 공식적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 투표를 하는 것도 무방하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여권 내) 다른 관계자는 ‘열린당이 총리를 추천하는 방안은 한나라당의 연정 거부에 따른 후속 구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