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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웃을 수 있나

언제까지 웃을 수 있나

2005.09.21

6자회담에서 북이 우선 일체의 핵무기와 핵시설을 폐기하기로 합의를 보았다고 전해지자 그런 합의에 도달하게 된 것이 마치 한국 외교의 승리이기나 한 것처럼 청와대 그리고 통일원에 있는 사람들이 환한 웃음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왜 회심의 미소를 짓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북의 아가리에서 핵이라는 날카로운 이빨을 빼버리게 되면 북은 무엇으로 “미 제국주의”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이며, 무엇으로 주체사상에 바탕을 둔 김정일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북이 핵을 포기하면 “미제”가 마음대로 쥐고 흔들 수 있을 터인데 그렇게 되면 그것은 오늘의 정권을 담당한 자들의 꿈에도 소원인 “친북”이 안 될 것만은 확실하지 않은가. 자가당착도 유만부동이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우리가 원하는 북의 힘 빼기 작전을 오늘의 권력핵심과 그 주변에서는 원치 않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렇다는 것을 우리가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인가. 미친개를 잡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옛날부터 펄펄 끓는 물에서 건진 무를 미친개 앞에 던지면 그 무를 물지만 하도 뜨거워 곧 뱉게 되는데 그 때 그 미친개의 이빨은 빠지는 것이라고 들었다.

어느 놈의 수가 더 앞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직 어느 쪽에서도 환하게 웃을 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니 제빌 웃지 말아주기 바란다.

김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