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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권력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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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26

노무현 씨는 임기 후반기가 시작되는 지난 8월25일 어느 방송사의 “대통령에게 듣는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한나라당이 연합정부 정도를 갖고는 골치 아프니 권력을 몽땅 내놓으라면 검토해 보겠다”라는 내용의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다시 터트렸다고 한다.

나는 그 프로를 보지 못했다. 볼 수 가 없었다. 나는 어느 나라 어느 방송사의 뉴스를 시청하다가도 노무현 씨의 얼굴만 비치면 당장에 꺼버리기 때문에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 도리가 없고 신문에서 간혹 간추려 전해주는 기사나 보고 그가 거침없이 던진 몇 마디를 “감상”하게 된다. 신문에도 노무현 씨의 사진이 크게 나면 그 기사조차 읽어 볼 마음이 사라진다. 그 정도로 나는 그 사람의 얼굴이 보기도 싫다. 아직은 민주주의가 완전히 죽어 까부라지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시민의 한 사람이 그런 느낌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권력인들 어찌 할 도리가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내 주변에는 나와 비슷한 의식구조를 가진 나이든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오늘의 권력의 눈으로 보면 보수, 반동의 골수 분자들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우리나 저렇게 생각하는 당신네나 피장파장이 아닌가.

권력이 얼마나 엄숙한 것인데 야당이 통째로 내놓으라고 한다면 검토하겠다고 하니 그것이 제 정신으로 한 말인가.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