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사의 특색의 하나가 엉뚱한 자들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자들이 무리한 방법으로 권력의 정상을 차지하여 본인도 불행해지고 나라도 어지럽게 된 사실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김대중 씨가 이 나라의 초대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김종필 씨와 손을 잡고 대통령이 되고 싶은 그의 오랜 꿈을 이루었을 때 나는 걱정이 태산 같아 수심의 안개 속에 잠겨 있었다. 그는 거짓말을 썩 잘하는 사람으로 이념적 분단의 현실 속에서 그의 사상이 항상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 때의 그 걱정이 오늘의 현실로 나타나 적화통일의 위기가 대한민국을 엄습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었다고 발표되었을 때 나는 진실로 땅을 치고 통곡하고 싶었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본인도 그런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어서 당선 직후 “노사모” 모임에 가서 “이제 일은 저질렀으니” 운운하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탄핵의 위기를 겨우 모면하고 임기 절반을 채우는 가운데 “대통령 노릇 못해 먹겠다”느니. “그만 두고 싶다”느니, “야당에게 아예 권력을 몽땅 넘겨주겠다”느니 등등 12차례나 대통령 직을 사임하고 싶다는 심정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제는 국민의 지지가 10%대라는 여론조사의 결과도 있다고 하는데 제 발로 좀 물러나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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